조선민화의 미학을 오늘에 잇다
2025년 3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전통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선민화 전〉입니다.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시픽 창립 8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되었으며, 민화의 예술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습니다. 전시에는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제작된 조선민화 100여 점이 소개되며, 회화뿐 아니라 민화와 연계된 도자기, 금속, 목기, 섬유 등 공예품도 함께 전시됩니다. 이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 시대의 문화적 배경과 생활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민화는 조선 후기 일반 백성들의 삶과 염원을 담은 그림으로, 궁중회화와 달리 형식의 제약 없이 자유롭고 직관적인 표현이 특징입니다. 이번 전시는 이런 민화의 특성을 중심으로 ‘삶 속의 예술’로서의 민화의 가치를 되새기고, 현대 미감으로 재해석해보는 장이기도 합니다.
- 전시명: 조선민화전
- 전시기간: 2025년 3월 27일(목) ~ 2025년 6월 29일(일)
-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B1층 1~7 전시실
- 주최: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익명의 천재들, 그리고 이름 있는 화원들
민화는 대부분 작가 미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조선 후기 민중 예술로서, 실용성과 상징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민화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품에서는 작가의 이름이 확인되며, 이들을 통해 민화의 예술적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택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 중 한 명은 19세기 대표적 화원인 이택균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책가도 10폭 병풍〉과 〈금강산도 8폭 병풍〉은 당시 문인과 학자들의 사유를 시각화한 회화로, 민화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책가도는 조선 시대 지식과 문화의 가치를 담은 도상으로, 현세적 성공과 출세를 기원하는 염원이 녹아 있습니다.
● 미상 작가들
'까치호랑이', '문자도', '화조도', '운룡도', '어변성룡도' 등은 작가 미상이지만, 그 자유롭고 대담한 색채감과 상징성이 돋보입니다. 익명의 민화 작가들은 당시 대중의 심미안과 사회적 욕망을 직설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내어, 현대 미술에서도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민화를 새롭게 보는 5가지 시선
1. 주제별 섹션 구성
이번 전시는 민화의 다양한 주제별 구성으로 감상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문자도(文字圖), 책거리, 화조도(花鳥圖), 길상도(吉祥圖), 용과 호랑이 등 민화의 대표적 도상들을 섹션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주제에 담긴 의미와 상징성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2. 공예와 민화의 만남
조선 민화는 단순히 그림으로서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공예품에도 깊이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민화의 도상이 실제로 적용된 생활 공예품도 함께 선보이며, 민화가 조선 시대의 시각 문화 전반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자기, 금속 그릇, 직물 장신구 등이 함께 전시되어 시각적 풍성함을 더합니다.
3. 현대적 재조명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고미술 전시가 아니라, 현대의 시각에서 민화의 미학과 조형적 가치를 재해석하는 시도입니다. 민화는 패션,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현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그런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4. 희귀 소장품 전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희귀 민화 컬렉션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됩니다. 특히 일부 병풍과 장식화는 박물관 밖에서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로, 민화 애호가들에게는 특별한 감상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5. 지속 가능한 전시 운영
전시 공간은 이전 전시에서 사용된 재료를 일부 재활용하여 제작되었으며, 폐기물 절감과 자원 순환을 위한 친환경 전시 실천이 돋보입니다. 예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려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철학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 조선민화 전은 민화라는 전통 회화를 통해 조선인의 정신세계와 미의식을 조명하고, 그것이 어떻게 오늘날에도 유효한 예술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민화는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이야기하는 매개체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민화의 매력과 미학, 그리고 그것이 전하는 보편적 감동을 깊이 있게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