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은 다양한 고령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여전히 과제가 많다. 본 글에서는 고령사회 진입 현황과 정책 배경, 현행 주요 정책의 실효성 문제, 그리고 제도 전환을 위한 전략적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고령사회 복지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고령사회 진입 배경과 정책 추진 현황
대한민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하였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 이상)로의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건강, 소득, 돌봄, 주거, 사회참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고 있으며,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고령친화도시 조성정책」, 「돌봄 기본법」 등의 제정을 통해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 왔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정책으로는 기초연금 확대, 장기요양보험 강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주거환경 개선, 커뮤니티케어 확산, 건강검진 및 예방 중심 보건서비스 강화 등이 있다. 또한 디지털 소외 해소, 평생교육 활성화, 고령친화 산업 육성 등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고령자의 삶의 질 제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 지역사회 중심 돌봄 체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실효성 부족과 부처 간 칸막이 행정, 예산 구조의 경직성,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 다양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체계의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존 정책의 한계와 제도적 과제
현재의 고령사회 정책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으나, 실행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정책 간 연계 부족과 중복이다. 보건, 복지, 고용,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별 정책은 존재하지만, 연계성과 통합성이 떨어져 고령자 입장에서는 복지 접근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의료와 돌봄이 연계되지 않거나, 주거지원과 복지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된다. 둘째, 서비스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이다. 고령자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너무 많고,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행정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읍면동 중심의 통합복지 체계가 인력 부족, 업무 과중으로 인해 실질적 통합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합적 욕구를 가진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셋째, 예산의 배분 비효율성이다. 기초연금, 요양보험 등 특정 항목에 예산이 집중되어 있으며, 예방적 복지, 지역 커뮤니티 돌봄, 건강한 노후 지원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부족하다. 또한 예산 집행 시 성과 평가 체계가 미흡하여, 단순 참여 수나 물량 중심의 평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지역 간 격차 확대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원이 집중되어 있으나, 농어촌 및 지방 중소도시는 복지 인프라 자체가 부족해 동일한 정책도 체감도가 낮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복지 만족도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다섯째, 고령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도 문제다. 신체적 제약, 인지 능력 저하, 사회적 고립 등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 제도는 정책 수혜율과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전략적 정책 방향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전략적 정책 방향’은 단편적이고 부처별로 분산된 정책 체계를 넘어, 고령자 중심의 통합적·선제적 정책 설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요구된다. 첫째, 고령자 중심 통합서비스 플랫폼 구축이다. 보건·복지·주거·고용·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창구에서 연결하고, 행정기관 간 칸막이를 제거한 서비스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지관과 보건소, 주민센터, 노인일자리센터 간 정보 통합과 인력 교류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정착이다.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건강·돌봄이 통합된 지역 맞춤형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이나 저밀도 지역에는 방문형 돌봄, 모빌리티 서비스, 거점형 복지공간 조성 등을 통해 생활권 중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책 설계 단계에서 고령자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단순 수요조사가 아니라 고령자 당사자의 의견 수렴, 정책 모니터링, 자문 역할을 강화하여 정책의 수용성과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시니어 자문단, 고령자 의사결정 참여 플랫폼 등을 제도화하는 것이 한 예다. 넷째, 디지털 기반 행정 시스템을 고령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을 고려하여 키오스크 대체 창구, 음성 안내 서비스, 고령자 전용 앱 등 다양한 방식의 정보 전달 수단을 확대하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기술 교육 및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다섯째, 성과 중심 정책평가체계 도입이다. 단순 참여 수나 예산 집행률이 아닌,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건강 상태 개선, 사회참여 확대 등의 결과 지표를 중심으로 정책 평가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의 방향성을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초고령사회 대응은 기존 복지 확대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고령자 삶의 전 영역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환적 사고와 정책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고령사회 전략은 단편적 지원이 아닌 ‘생애 전환기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거버넌스, 제도, 기술의 융합이 결정적이다.